지난 글에 오픈되어 있는 박쥐란 화분에 곰팡이가 잔뜩 피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었다. 그 후 꾸준히 알코올을 소량씩 스프레이 해줬더니 그 화분에 있던 곰팡이들은 차츰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느 날 다시 보니 랩으로 대강 밀폐를 해두었던 화분까지 모조리 곰팡이가 번져있었다.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공기와 접촉이 있는 흙에는 죄다 곰팡이가 핀 것이다.

 

박쥐란 화분에 곰팡이가 핀 모습

 

게다가 어느정도 크기가 큰 식물체들 아래에 묻어있던 포자가 발아를 해서 꽤 많은 화분에 애기 박쥐란들이 오종종 모여 피어있는 것이다. 대대적으로 분갈이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잠시 급수를 멈추었다가 모든 박쥐란들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여분 흙이 없는 상황인데, 얼마 전에 새로 부은 흙을 죄다 버리는 것도 아까워서 인터넷을 뒤져 오염된 흙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알아보았다.

 

다행히 화분 흙에 핀 곰팡이의 경우, 안쪽으로 깊이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흙의 위쪽에만 퍼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장기간 방치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곰팡이가 피어있는 겉흙만 걷어내고, 감염된 식물체를 버린 후, 멀쩡한 잎들은 티슈로 꼼꼼히 닦아주면 해결이 된다고 한다.

 

박쥐란을 하나씩 분리해내는 모습

 

본격적으로 곰팡이를 걷어내고 오염된 흙에서 식물체들을 분리해 내기 시작했다. 그새 뿌리가 많이 길어서, 뿌리도 깔끔하게 컷팅하고 복구 불가할 것 같은 아이들은 안타깝지만 처분.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로 받은 박쥐란이 꽤 많았는 데다가, 이미 스페이싱을 했던 아이들도 있다 보니 전부 분리해 내는 데도 거의 이틀을 들인 것 같다.

 

박쥐란을 새로운 화분에 옮겨심은 모습

 

완전히 밀폐되어 있던 흙과 조금 남아있던 상토를 이용해서 아이스박스 뚜껑에 다시 꼼꼼하게 흙을 깔아 준비를 했다. 원래 간이로 사용하던 아이스박스 뚜껑은 비교적 덩치가 작은 코로나리움을 심고, 새로 구한 큰 뚜껑에는 덩치가 큰 힐리를 옮겨 심기로 결정. 잎이 충분히 큰 힐리들을 우선 옮겨 심어주면서, 이전에 쓰던 뚜껑을 비웠다. 다행히 감염된 식물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대부분 잎과 뿌리만 살짝 정리한 후에 가지런히 옮겨 심은 모양.

 

그리고 곰팡이를 걷어내고, 아래있던 흙은 한 곳에 따로 모아서 샬균하기로 했다.

 

오염된 흙을 살균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뜨거운 열을 쐬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했던 흙이라면 포함하고 있는 영양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퇴비를 섞어서 양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나는 모두 새 흙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에 살균만 진행해 주면 될 것 같았다. 일반적인 가정집에 본격적인 살균기기가 있을 리는 만무하므로, 각자 자신의 집 상황에 맞춰서 흙을 살균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끓는 물을 이용해서 소독을 하는 것이다. 모아둔 흙에 끓는 물을 붓고 잘 섞은 후에 위에 포일이나 랩 등을 덮어서 꾹꾹 눌러주면서 뜨거운 증기가 흙 사이사이로 잘 들어갈 수 있게 한다. 그다음 포일로 잘 밀봉하거나, 뚜껑을 닫아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상태로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확실히 간편한 방법이긴 하지만, 흙이 잔뜩 젖게 되기 때문에 바로 분갈이에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다음은 직접적으로 흙을 가열하는 방식인데, 찜기를 활용해서 증기 소독을 하거나 전자레인지, 오븐을 활용해 흙을 구워주는 것이다. 이때는 각 방법 별로 몇 가지 주의 사항만 지켜주면 된다. 찜기에서 소독을 할 경우 증기가 통과할 수 있으면서도 흙이 빠져나가지 않는 종이 포일 등을 깐 상태에서 30분 정도 가열을 해주어야 한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때는 알루미늄 감쌀 경우 폭발사고가 있을 수 있으므로, 랩이나 비닐봉투를 이용한다. 이때 흙에 물을 뿌려 적당히 적셔준 후, 증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구멍을 뚫어주어야 한다. 전자레인지 소독 시에는 1분 30초 ~ 2분 가열해준다. 마지막으로 오븐은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워주면 되는데, 이때 180도가 넘어가면 흙의 종류에 따라서 독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경우 흙을 식힐 때는 포일로 단단히 밀봉한 후 천천히 식혀주도록 한다.

 

오븐을 이용해서 흙을 살균해주는 모습

 

오븐이라고 부르는 것은 있지만, 오븐용 용기는 없기 때문에 포일로 그릇을 만들어서 샬균할 흙을 담아주었다. 180도가 넘을지 안 넘을지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그냥 안전하게 10도 정도 낮은 170도에서 30분을 살균해 주었다. 그리고 조리(?)가 끝난 상태 그대로 식을 때까지 오븐에 가두어두었다. 흙의 성분이 증발돼서 새어 나온 것 같은데.... 완전히 식은 흙을 꺼내보니 뭔가 독한 냄새가(...) 대체 흙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임시로 비닐하우스를 마련해준 모습

 

아무래도 공기중에 노출해 두면 곰팡이가 필 확률이 높아질 것 같아서. (그리고 애초에 박쥐란을 판매하신 분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할 때까지는 밀폐된 상태로 재배를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굴러다니던 박스와 코팅지를 이용해서 비닐하우스인 듯 아닌 듯 한 여하튼 하우스를 만들어 주었다. 여기까지 했으니 모든 소동이 끝났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내가 산 것은 박쥐란이 될 계획인 포자가 약 100 포기 담겨있는 마이크로팜이다. 박쥐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던 기간 동안 마이크로팜이 녹색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스페이싱을 시작했다.

 

 

잎의 크기가 3cm 정도 되는 개체들은 디저트컵에 3~5개씩 심어 완전히 밀폐재배가 가능하도록 했고, 생선보관 용기는 잎이 뚜껑에 닿아서 상하지 않게 흙의 높이를 2/3정도로 낮춘 후 1cm 정도의 개체들을 모두 스페이싱 해서 옮겨 심어주었다. 여기까지 모든 작업을 끝내고 나자 약 4일 정도 저녁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코로나리움 단독으로 제2차 곰팡이 대전을 치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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