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사이먼 싱

출판사 : 영림카디널

출간일 : 2003.02.25

읽은 기간 : 알수없음

작성일 : 2009.12.06

최종 수정일 : 2023.08.28

 

 

equation을 표현한 추상화
Womdo Art를 이용해 그린 그림

 

피타고라스의 정리 :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의 제곱합은 남은 변의 길이 제곱과 같다.

이 간단한 정리를 아주 조금 변형시켜 만들어진 이 악명높은 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xⁿ+yⁿ=zⁿ:n이 3이상의 정수일때 이방정식을 만족하는 정수해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는 지난 몇 세기에 걸쳐 세계의 수많은 수학자들을 무릎꿇려 온 수학 역사상 최고의 난제이다. [실제로 이 문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활을 걸었던지, 정작 이 문제가 증명이 되자 많은 수학자들이 '재미있는 장난감 빼앗긴 어린아이'같은 상황이 되어 '수학 7대 난제'를 만들었다나 뭐라나..]

 

페르마의 마지막정리는 수학자 페르마가 생전 수학연구를 할 때 사용한 '아리스메티카'라는 책에 적어둔 주석들 중 하나에서 시작한다. 그는 위의 정리와 함께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라는 뒷목잡는 문장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페르마가 찾았다는 경이적인 증명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오롯히 바쳤다.

 

그리고 1995년 드디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엔드루 와일즈'라는 젊은 수학자에 의해 증명되었다. 어린 시절 엔드루 와일즈는 자신의 고향 마을도서관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관련한 책을 읽게 된다. 그 후 그는 다른 많은 수학자들처럼 이 정리를 증명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된다.

 

그는 먼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거쳐간 과거의 많은 이들의 증명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의 눈을 끈 것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 사이에 얽힌 관계였다.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은 당시 또다른 하나의 난제로 여겨지던 문제였고, 와일즈는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증명되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할 열쇠를 찾았다고 생각한 와일즈는 무려 7년의 기간동안 모든 이들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오직 자신과 페르마의 정리만의 시간에 몰입한다.

 

그러다 1993년 돌연 수학계에 다시 등장한 엔드루 와일즈는 7년간의 자신의 성과를 세상에 공개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발표를 들은 후 수학자들과 언론은 '드디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되었다'라는 문장에 한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와일즈의 증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는 다시 1년간의 칩거생활을 통해 1995년 최종적으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완벽하게 증명한 사람이 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주제로 쓰여진 책이지만, 이 책에는 해당 정리의 증명과정이 적혀있지는 않다. 다만, 하나의 정리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피, 땀, 눈물이 서술되고 있을 뿐이다. [교양서적에 증명과정 적어두면 누가 읽겠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에 대한 이야기는 페르마가 탄생하기도 전인 피타고라스 시기부터 시작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1995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완전히 증명되는 역사적인 순간까지 어떠한 사람들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거쳐갔고 어떠한 시도와 좌절을 경험해야 했는지, 와일즈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 정리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결과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이 위대한 과업에 기여를 했는지 그 장엄한 역사를 읽어내려가다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진다.

 

아인슈타인의 'E=mc2'. 역시 전공을 불문하고 다들 들어봤을 아주 간단한 수식이다. 하지만 이 공식에 담겨있는 우주 만물의 법칙과 이 짧막한 공식이 만들어지까지 이어져온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논쟁들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대학시절, 한 권의 두꺼운(사실 우리과 전공서적은 두꺼운 축에도 못 끼긴 하지만..) 전공서적의 가장 마지막에 그래서 결론적으로 E=ㅡㅊ2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다는 교수님의 한 마디를 듣는 순간 느낀 짜릿한 전율과 누군가가 뒷통수를 강타하고 지나가는 듯한 번뜩임 또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이끌어온 수학사와 닮아있다.

 

과학이 그래왔듯, 수학 역시 크게 부흥하며 엄청난 성과를 이룩한 시기가 있다면 박해받고 거의 소멸 직전까지 내몰렸던 시기가 있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누군가에 의해서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지켜져왔다. 그렇게 때를 기다려, 다른 분야와의 (직간접적인) 협업으로 수많은 학문들은 지금 이순간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수학은, 아니 모든 학문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내가 페르마의 정리를 알기 전에 이 정리가 증명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 역시 한 사람의 이과생, 아니 과학도로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같은 역사에 기록될 추론의 증명에 힘을 보태겠노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숫자보다 글쓰는 일을 더 많이 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지..] 사실 난 노력형 이과생이지 타고난 천재형은 아니라서.. (수학머리를 타고 났다는 것과, 천재형 이과생은 천지차이다. 오죽하면 우리과에는 A를 받는 학생과 D를 받는 학생들은 타고난 천재거나 성적맞춰 들어온 학생이지만, 그 사이의 성적을 받는 학생은 머리만 타고난 불운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A를 받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슬픈 현실의 벽이란[털썩])

 

간단히 말해 문제의 증명은 커녕, 전공수업이 시작되면서는 A 근처에도 못갔다는 말이다. 수식의 美를 느낄줄 아는 사람 중 하나로, 어찌되었건,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호기심이라는 무기 하나로 진리를 향해 끝없이 불확실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수많은 학자들의 용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준다. 앞선 이들의 수많은 좌절의 주검을 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힘, 그 모든 이들의 염원이 결국 엔드루 와일즈에 닿아 기적을 일으킨 것은 아닐까.

 

엔드루 와일즈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고 난 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며,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대신할까 한다.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는 일종의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의 여행은 어제 끝났습니다. 마음이 아주 편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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