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한 하람을 수많은 군중들이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자타공인, 나는 정말로 속여먹기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나 많이 배신당하고 상처받고 피눈물을 흘렸던 과거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덥썩 누군가의 선의를 믿어버린다. 아니, 나 혼자서만 '선의'라고 생각했던 그것을. 상대는 개인일수도 있고, 기업이나 단체일수도 있다. 나는 철저하게 '성악설'을 믿는 사람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선의에 의한 호의를 쉽게 믿어버린다. 내가 타인을 상대할 때 그를 이용한다거나, 속여먹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마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믿음'은 '배신'으로 돌아온다. 그로 인해 나는 시간적, 금전적으로 크고 작은 손해를 입곤한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인 손해는 당시에는 타격이지만, 오랫동안 응어리로  남아 나를 괴롭히는 수단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배신당했다, 신뢰를 이용당했다는 정신적인 타격은 켜켜이 마음속에 쌓여가고, 결국은 세상을 향한 환멸로 단단하게 굳어져 버린다.

 

애초에 상대가 누구에게나 사기를 치고, 범죄를 저지를 악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는 개인 또는 집단이라면, 비록 멍청하게 내가 그들에게 이용당했다고 해도 그 충격은 크지 않다. 그건 그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치고 정의고, 도리였을테니까. 그냥 그 사람이 글러먹은 가치관을 가진 쓰레기니까.

 

하지만 상대가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회에 섞여서 살아가는 개인 또는 단체라면, 그래서 (물론 그들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행동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을 신용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면, 역시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들의 행동이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일반적인 신뢰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목격 또는 경험하고 나면, 나는 대체 이 험난한 세상에서 누구를 믿고 함께 살아가야 하나하는 강력한 현타에 치여 완전한 인사불성 상태에 빠져버린다.

 

결국 모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며, 마치 자신들이 '이타심'으로 똘똘 뭉친 "당신을 위한" 집단인 것처럼 꾸며낸다. 하지만 일단 자신들이 목표했던 계약이 성립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버린다. 마치 처음부터 '고객'이라는 거래상대를 잊어버린 것처럼, 입싹 닦고 모르쇠로 일관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고객이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를 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상대방의 목을 죄여 약속된 자신들의 이익을 찾아오는 것에만 모든 것을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상대방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거나, 그 어떤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전혀 신경쓸 가치가 없는 일이다.

 

허튼소리! 그 집단들은 항상 구성원들을 서로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만인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예절과 규칙과 법규가 발생할 수 있었고! 지붕 아래에 들인 자는 반드시 보호한다거나 손님을 신령으로 여기는 관념 등 비슷비슷해 보이는 접대 관습이 세상 곳곳에 있는 이유가 설마 보편적인 인류애 때문이라고 말할 겁니까? 자기가 낯선 곳에서 살해당하지 않으려면 자기도 낯선 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죠, 아닙니까? 복잡한 정치? 추장과 전사 계급은 뭔데요? 공물이나 돈, 노동력을 바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할 수 있어야 나타날 수 있는 자들이잖습니까!

-이영도, 오버 더 초이스 中

 

 

과연 이들이 소위 말하는 사기꾼, 범죄자 집단이랑 다른 것이 무엇일까. 하다못해 최소한의 인류애조차도 기대해서는 상처를 받게될 뿐이다. 결국 그렇게 쌓여 하나의 지층을 만들어낸 배신감은 세상 전반에 대한 환멸로 귀결되고 말았다. 나는 이제 그 어떤 말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나의 재산과 건강과 감정과 그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더이상 타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졌다.

 

사람이 약해진 틈을 비집고 들어와, 감언이설로 꾀어내고, 그 후에는 그 사람이 낭떠러지 아래로 서서히 추락해가는 모습을 웃는 얼굴로 방관할 자들. 인간의 "신뢰"를 이용해 자기들의 주머니만 채우려는 자들. 그래, 우리는 그것을 "사이비"라고 부른다. 그리고 알고보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이비더라.

 

 

 

 

이 영상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같이 본 것이 아니고, 우연히 두 사람이 이 영상을 동시에 떠올렸던 것이었다. 상대방은 이 영상을 해석하길, 인간 종족이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환경을 보호하고, 다른 동물들의 멸종을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이타적인 종"이냐고 물었다. 나는 바로 코웃음을 쳤다. 환경이 파괴되고, 타종이 멸종하면 그것은 곧 인간 종의 멸종으로 돌아온다. 인간은 인간 종의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 환경과 동물보호를 외치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종"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의 그 한마디로 토론은 종료가 되어버렸다.

 

나는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봐주신건지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인간이라는 소리를 꽤나 듣는다. [나 조차도 아이러니하다] 물론 가장 앞에서 이야기했듯, 멍찰할 정도로 사람을 잘 믿고, 그래서 등처먹기 참 좋은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철저하게 인간이란 종은 "이기적"이며, 모든 인간은 "성악설"에 따라 태어나고 성장한다고 굳건하게 믿는다. 그런 목적에서 위에 '오버 더 초이스'에서 이카드의 말을 인용해봤다. 각종 법과 규범이 존재하고, 우리가 도덕과 예절을 유치원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교육과정으로 배우는 이유는 '일종의 세뇌'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세상에 법과 규범이 없다면, 아니 인류 멸종의 날이 "진짜로" 정해졌다면, 과연 세상은 지금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모습을 연기할까? 아는 절대적으로 각종 범죄와 폭행, 절도가 판을 치는 무법지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한 치의 의심없이 믿는다. 인간이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고결하고 선한 그런 동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위선자가 되고 싶지도, 그들과 어울려 살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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