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도 한물간 유행(??)인 것 같지만, 여전히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누군가의 노하우를 오프라인 학원을 통해서 강의를 듣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으로 읽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부분의 노하우(정말 아주 사소한 것까지)는 전자책으로 만들어지고, 그 전자책을 만드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전자책이 나오고, 전자책을 만드는 전자책을 만드는 노하우까지.... 어쨌든 돈만 있으면 남의 노하우를 아주 간편하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난, 이것들이 전자책으로 나와서 "나무들에게 미안하지는 않다"는 것에 위안(..?)을 받고 있다. 마치 과거 개랑 소가 쓴 자기계발서(라고 쓰고 개똥철학이라고 읽는)를 온라인판으로 만나는 기분이다. 심지어 이런 전자책들은 거기에 담겨있는 노하우의 가격을 판매자가 임의로 정하기 때문에 그 가격도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전자책 판매 사이트에서 현재 인기있게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들의 가격

 

문제는 이렇게 고가로 판매되는 전자책들이 모드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자신이 지불한 금액이 절대 아깝지 않은 책을 만날 가능성은 0.01%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 [없지는 않더라.] 유료로 판매되는 '노하우' 전자책들을 읽고 나면 항상 '공허감'만 남는다. 겨우 이 정보를 그렇게 화려한 포장지로 포장해서 소비자들을 현혹했다는 말인가? 게다가 다른 제품들과 달리 '평가'에 대한 신뢰도도 좋지 않다. 대부분이 '판매자의 팬'이거나, 리뷰를 쓰면 준다는 서비스 자료를 받기 위해서 리뷰를 하기 때문에 불편한 진실은 숨겨지기 때문이다.

 

유료 전자책들의 문제가 무엇일까, 여러권의 전자책들을 구매해서 읽어보면서 고민해 보았다. 이 책을 "어떤 가격이더라도" 구매하는 독자의 "진짜 니즈"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 일반 종이책에 비해서 현격하게 높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내가 이만큼의 돈을 투자하면, 이 사람이 말하는 금액의 절반이라도 벌 수 있게 될까? 조금이라도 시간적인 여유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절박함. 어쨌든 "실제로" 이 책을 판매하는 사람은 '이 정도의 수익을 "어떤 방법이 섞여있는지는 몰라도" 올려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니까. 

 

혹자는 '어떤 노하우'가 전자책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이제 그 시장은 단물이 다 빠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말 역시도 진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과 성공담을 노하우와 버무려 전자책을 만드는 사람은 계속해서 나타난다. 여전히 그들이 말하는 노하우가 그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는 말이다.

 

 

디지털노마드의 환상을 버려라, 현실은 디지털노동자일 뿐..

 

어떤 노하우를 담은 책을 구매하든, 일단 그 책을 구매하도록 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경제적 자유, 즉 디지털노마드가 되세요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디지털노마드에 도달하기 전에 들어간 "디지털노동자" 시절을 소개하지 않는다. 나는 꽤 다양한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맛보았고 (적어도 웬만한 어중이떠중이 전자책에 담긴 내용정도[안 읽어봤지만]는 다 습득한 수준) 단언컨대 모든 방법은 웬만한 중노동 뺨싸대기 후려칠 막노동이다. [왜 이들이 '회사부터 관두겠다'라고 선언하는 독자들을 그렇게 뜯어말리겠는가. 그것까지는 본인들이 책임 못 지니까.]

 

그리고 아마도 직접 시도해 보면 '아 그냥 회사에 xx 죽은 듯이 붙어서, 끝까지 버텨야겠다'하는 말이 나올 것이다. [회사를 거부하는 다른 중대한 이유가 없는 한은..] 괜히 디지털노마드가 유행하면서, 온라인 폐지 줍기라는 단어가 같이 유행한 것이 아닐 것. 그나마 폐지 줍기로 분류되는 것은 일/주/월 소득이 나온다.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한 행위들은 꽤 긴 시간 동안 노동만 들어간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는 "전자책 판매자들의 의지"에 고액의 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아, 폐지 줍기(대표적으로 데이터라벨링)는 파이프라인 구축이 안되기 때문에 회사 다니는 게 낫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의지"인가?

 

까지 이야기를 하면 '아, 내가 사야 하는 건 '의지'인가'하는 의문이 나올 것이다. 음, 그게 정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것이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돈을 벌어야 해서 가기 싫은 회사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있다면 아예 망한 의지력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우울삽화로 인해 납마비가 있을 때도 회사를 나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전자책 판매자들에게 문제의 화살을 돌린다. 적어도 노하우라면 초반의 열정의 10%라도 유지될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어떻게 때려죽여도 가기 싫은 회사를 무덤덤하게 출근해서, 무덤덤하게 일을 하다가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는 일을 매일 반복할 수 있을까? 왜 회사에서 주는 일은 몇 년을 반복해도 계속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어떠한 경로와 이유로 그 회사를 선택했는지 떠올리면 아마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하니까.", "내가 잘 아는 일이니까", "내 전공이니까" 뭐... 그런 것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벌써 내가 할 말을 예측하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라던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같은 지루한 소리를 할 거다. 누가 그 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일단 이 "말"은 물이 애타게 마시고 싶기 때문에 물가로 데려가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건 사실 "모든 전자책들에 담겨있고" 심지어는 말이 힘을 내서 구글링과 유튜브 시청 + 직접 조작을 하면 물가에 갈 수 있다. 사람들이 전자책 구매하고 열받는 가장 주요한 이유다. 물가로 가는 방법밖에 없더라는 것.

 

 

 

우리가 궁금한 건 물가의 위치가 아니라, 낚시법이잖아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물가에 데려다주는 것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상당수의 판매자가 "물가에 데려다 주기"의 작업만 해주면서도 엄청난 수의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는 장면은 나에게는 늘 의문투성이인 지점이다. 그들이 말하는 낚시를 하는 방법이란... "낚싯대를 사세요.", "미끼를 사세요", "낚시용품(줄, 바늘, 찌 등등)을 사세요." "낚싯대에 각종 용품을 연결하세요", "미끼를 바늘에 끼우세요." "바다에 던지세요." "찌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당신은 부자가 된 것입니다."이다. 이걸 몰라서 낚시를 못하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언젠가 노하우가 생기면 전자책을 쓰고 싶다. 사실 나는 '학문'적 성격이 매우 강한 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지식을 돈을 받고 판다"는 개념에 익숙해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연구분야에서 "연구결과"를 독점하는 것은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물며, 저작권법조차 '학문적인 이유'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합법이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작금의 전자책들에서 "노하우"라고 다루는 수준의 지식을 돈을 주고 판매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절박함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행위라는 생각을 도무지 떨쳐버릴 수 없다.

 

 

아, 그럼 어쩌라고. 넌 그렇게 잘났냐?

 

 

라고 욕하고 싶다면 해라. 나도 거의 평생을 알아온 친구에게 '나중에 자기 계발서 저자 같은 거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내 가치관 팔아서 돈 벌면서 신도들 거느리는 사이비교주' 잘할 자신 있다. [다만 그런 사기 치면서 살만큼 양심이 없지 않아서 그런 거 안 한다.] 다만, 나는 누군가가 나의 지식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하고서, (따로 지속적인 피드백이나 질의응답을 하지 않아도) 아깝지 않았다고 느낄 만큼 충분히 시간과 정신과 돈과 에너지를 아껴줄 노하우가 담겼다고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무료로 알려주지 돈을 받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낚싯대가 있고, 얼마나 다양한 낚시도구가 있으며, 초보들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도구가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레벨에 어떤 도구를 추가로 알아보는 것이 좋은지. 미끼는 또 얼마나 다양하고, 각 어종에 따라서 미끼의 종류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며, 도구 역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아니, 이런 것들도 어쩌면 노하우는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이런 "사전식 정보"는 구매자의 시간을 엄청나게 아껴주기 때문에 충분히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 나아가 이런 내용들이 담겨야 비로소 그것을 나의 모든 노하우가 담긴 전자책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처음 낚시를 시작할 때의 경험담. 나는 어떤 어떤 정보들을 가지고 고민했는지, 나에게 맞는 낚싯대를 구하기 까지 몇 개의 낚시대를 구매했고 각 낚싯대들의 어떤 점이 나랑 안 맞거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는지. 각종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어떤 곳에서 정보를 얻고, 어떻게 해결책을 만들어 나갔는지. 다양한 장비들을 추가했을 때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어떤 실익이 있었는지. 현재 바다의 수온은 어떻게 변하고 있고, 내가 낚시를 하는 동안 어떤 형태로 수온이나 물상황이 변해왔으며, 각각의 변화에 내가 어떻게 대처하며 스스로를 변화, 발전시켰는지. 좀 더 편한 작업을 위해서 내가 직접 고안한 도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가능하다면 이 도구까지도). 각종 실패담과 성장과정들을 낱낱이 담을 것이다. 

 

다시 한번 보라, 저 정보들에 내가 직접 잡아 준 물고기가 있는지. 나는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 정보를 노하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나 소나 일주일정도만 관심을 가지고 가볍게 시간을 투자해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도 노하우라고 하지 않는다. 내 정보를 통해 "당장 이 일을 시작하는 데까지 느낄 '어색함'과 '심리적 벽'을 허물수 있을 정도의 "현 상황"에 대한 지식"을 얻었으며, 충분히 익숙해진 후에 "자신만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이 독자가 낚시꾼이 되었을 때는 또 수온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또 지푸라기를 잡기 위해 전자책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도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성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 씨앗"이 담겨야 "노하우"라고 부를 수준이 되지 않나.

 

그 모든 것을 담고서야 나는 '나의 모든 노하우를 당신에게 드렸다', '업계사람들이 날 생매장하려고 달려들 천기를 누설했다'라고 당당히 말하리라.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업계사람들이 자신을 욕한다'라고 입모아 말한다. 같은 업계의 다른 사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를 팔고 있는데, 그럼 대체 이 업계에서 누가 누굴 욕하고 있는 걸까? 내 밥그릇을 나눠 먹을 각오로 모든 노하우를 이 전자책에 담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밥그릇이 빼앗길 것이 두려워 진짜 진짜 핵심이 되는 가려운 곳은 안 긁어주고 있지 않은가? 단물 다 빠진 정보(이미 돌아오지 않을 물상황)는 공개하고, 큰돈을 지불한 사람들에게 그다음(현재 한참 낚시가 진행되고 있는 물상황) 정보는 자신만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이런 것을 소비자 기만이라고 불렀던 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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