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사를 한지도 벌써 얼마나 되었지?

문득 회사 창립 20주년 기념품으로 받은 수건에 젖은 머리를 닦다가 함께 일했던 이들이 떠올랐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인적 스트레스가 거의 0에 수렴하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일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았냐고 하면, 그런 수준도 아니었다.

그냥 둥글둥글한 사람들이 모여 둥글둥글 일을 하는 회사.

 

처음 입사를 했을 때 나의 사수는 이 회사에는 다들 근속연수가 길다고 했다.

일도 어렵거나 과도한 일을 시키지 않고, 만약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거절해도 문제가 없다고.

당시 나의 사수 역시 약 8년 가량의 연차를 가지고 있었다.

 

업무 강도 역시 높지 않았다.

왠만해서는 칼퇴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었고, 심지어는 근무시간에도 일을 하는 시간보다 멍때리는 시간이 길었다.

내 개인의 업무특성일 수 있었지만, 약 2년간 내가 봐온 이 회사 전반의 분위기 역시 그러했다.

 

그런데 지금에 외서 돌아보면, '긴 근속연수'에는 함정이 하나 숨어있었던 것 같다.

내가 회사를 다닌 짧은 기간에도 꽤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났다.

꽤 오래 회사를 다녔던 분도 있었고, 나보다도 늦게 입사를 한 분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회상해본다.

신기하게도 내가 근무를 하던 기간 퇴사를 결정한 동료들은 모두 나와 가까운 사이었다.

단순히 업무적으로 부딧힐 일이 많았다기보다는, 성향이.

그래서 만약 밖에서 만났더라면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했던 사람들.

 

회사에서 업무를 함에 있어서 늘 진심을 다했고, 애정을 가졌던 사람들.

적당히 편하게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는 방법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다른 회사로 모두 이직을 해나갔다.

회사와 회사 사이에 '휴식'의 기간도 거의 없이 옮겨갔으니, 지쳐서 나간 것은 아니라는 것일테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런 곳이었다.

적당히 요령부리고, 한달에 한번 통장에 꽂히는 적은 월급에 만족해서 하루를 살아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회사를 구성하고, 평균 근속일수를 높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회사를 떠났던 모든 사람들은, 이 회사가 근무환경이 나빠서도, 직장동료가 미워서도 아닌 자기발전의 가능성이 없었기에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편안하게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것은 매력적이다.

그것을 구태여 마다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내가 있는 곳이 고인 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까.

당시에는 아무생각없이 그저 그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는데, 새삼 그들의 퇴사가 다시 보이는 날.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